<다섯시의 사람들>

(마태복음 20:6-10)
“제십일시에도 나가 보니 서 있는 사람들이 또 있는지라 이르되 너희는 어찌하여 종일토록 놀고 여기 서 있느냐. 이르되 우리를 품꾼으로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이르되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 하니라. 저물매 포도원 주인이 청지기에게 이르되 품꾼들을 불러 나중 온 자로부터 시작하여 먼저 온 자까지 삯을 주라 하니 제십일시에 온 자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을 받거늘 먼저 온 자들이 와서 더 받을 줄 알았더니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 받은지라”

 

마태복음에 나오는 포도원 비유에서 보면 제십일시에 포도원에 일하러 들어가 겨우 한시간만 일하고 하루 품삯을 받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마태복음의 유대시간 11시는 현대 시간으로는 오후 5시를 의미합니다.
성경에 의하면 포도원의 일은 오후 6시에 끝나는데 5시에 포도원에 들어간 사람들은 한 시간만 잠깐 일하고 하루 품삯을 받았으니 참으로 운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5시의 사람들은 일찍 포도원에 들어간 사람들과 좀 다른 사람들로 보입니다.

지금도 이른 아침 인력시장이 열리는 곳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하루 일당 일을 구하기 위해 나와 서있고 고용주가 원하는 사람들을 뽑아서 일터로 데리고 가는 모습을 봅니다.
대개는 일 잘하게 생긴 건장한 사람들, 그 날 일에 적합한 특별한 기술이 있는 사람들을 먼저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특별한 기술이 없거나 연약하게 생겼거나 아픈 모습의 사람은 자꾸 뒤로 쳐집니다.

아마도 하루 일이 끝 나는 시간을 겨우 한 시간 남겨졌을 때 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서 있었던 다섯 시의 사람들은 이러한 경쟁에서 밀려난 가엾은 사람들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 들이 종일토록 불러주기를 바라고 서있었던 것은 “우리를 품꾼으로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하는 그들의 대답에서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포도원 주인은 그들이 너무나 가엾게 느껴졌었나 봅니다.
그들이 일을 못했으니 아마도 저녁을 굶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또 그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가족들은 그가 빈 손으로 돌아왔을 떄 얼마나 실망을 할게 될까하는 생각도 했을겁니다.

포도원 주인은 그들을 포도원으로 부르고 잠깐 일하게 한 후, 후하게도 하루 품삯을 똑같이 주었습니다.
이 포도원 주인은 자기의 포도원을 위하여 다섯 시의 사람들을 부른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의 포도원을 내놓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물론 우리의 구원의 때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구원을 받는다는 구원교리의 비유인 줄압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당연히 우리 주님을 상징하는 포도원 주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또 눈길이 가는 사람들이 이 다섯 시의 사람들입니다.
포도원 주인은 이 다섯 시의 사람들에게 자꾸 눈길이 갔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마음씨 좋은 포도원 주인은 그들을 긍휼히 여기고 자신의 포도원으로 들어가게 하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을 불쌍히 여긴 포도원 주인은 당연히 우리의 주님을 상징합니다.

이 이야기를 구원교리에 비유로 해석하지 않고 그냥 이야기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다섯 시의 사람들을 돌보아야 할 우리의 사랑의 의무를 생각하게 됩니다.
삶의 여러가지 문제로 어려운 우리의 이웃인 다섯 시의 사람들, 그리고 영적으로 구원의 길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다섯 시의 사람들에게 포도원 주인 처럼 우리의 눈길을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다섯 시의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적으로 너무나 엉망이었던 과거의 제가 영적시간으로는 계속 다섯 시에서 머물렀 있었던 것이 너무도 분명합니다.
겨우 겨우 주님의 은혜로 막바지에 간신히 포도원에 들어간 사람들 처럼 은혜를 입었습니다.
참 송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섯 시에 들어간 자로, 남은 한 시간이라도 받은 은혜를 갚으며 포도원 일을 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봐야 한 시간 일뿐이지만. . . .

(박광신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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