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데스타 못에 정말 천사가 내려왔을까?>
(요한복음 5:2-5)
“예루살렘에 있는 양문 곁에 히브리 말로 베데스다라 하는 못이 있는데 거기 행각 다섯이 있고 그 안에 많은 병자, 맹인, 다리 저는 사람, 혈기 마른 사람들이 누워 [물의 움직임을 기다리니 이는 천사가 가끔 못에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하는데 움직인 후에 먼저 들어가는 자는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게 됨이러라] 거기 서른여덟 해 된 병자가 있더라”

요한복음에 나오는 ‘베데스다 못’은 그 동안 많은 비기독교 학자들이 실재하지 않은 못이라고 주장하며 성경의 신뢰성을 부인하는 주제로 즐겨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1888년 한 고고학 발굴단에 의해 베데스다 못은 실재했던 못으로 밝혀졌습니다.
요한복음 2절 (“베데스다라 하는 못이있는데 행각 다섯이 있고”) 처럼 실제 행각(기둥)이 다섯 개 있는 연못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베데스다 못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이곳이 중요한 성지순례의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연못은 본래 기원전 2세기 시몬이라는 대제사장이 있을 때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길이 100-110m, 너비 62-80m, 그리고 깊이 7-8m 의 두 개의 쌍둥이 연못으로서 종교적, 의학적 치료를 목적으로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이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해서 환자들이 늘 모이는 장소였고 그래서 요한복음에도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AD2세기 쯤, ‘폼페이아 루킬리아’라는 한 로마 여인이 이 베데스다 못에서 치료를 받고 그 대가로 기부금을 냈다는 사실이 기록된 비문이 발견되어, 베데스다 못이 치료의 장소였다는 신빙성이 더욱 높혀지기도 했습니다.
이 베데스다 못이 만들어진 시대는 예루살렘이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으로 정복되고 헬라(그리스) 지배에 있던 때 입니다.
이 시대에 그리스에는 ‘아스클레페이온(Asclepeion)’이라 부르는 수(水)치료 클리닉들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는 깨끗한 물을 마시고 목욕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치료 방법으로 생각했으며 맑은 물이 흐르는 분수대와 저수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아스클레페이온’으로 그리스 정복시대에 예루살렘에 만들어진 것이 베데스다 연못인 것으로 학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에 기록된 당시 베데스다 못의 상황을 보면, 많은 환자들이 못의 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를 기다리며 못 주변에 모여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그들의 병든 몸을 서로 측은히 여기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의 사정을 나누고 위로 했을 것입니다.
병든 사람의 마음은 병든 사람이 가장 잘 아는 법입니다. 그러니 서로의 처지를 동정하며 서로 낳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류를 니누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물이 움직이는 순간, 이들의 동정과 위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누구나 가장 먼저 못에 뛰어들기 위해 아귀다툼 하듯이 못으로 몸을 던집니다.
동정과 위로의 장소가 순식간에 인정사정 볼 것없는 경쟁과 다툼의 장소로 급변합니다.
먼저 뛰어든 사람은 환희의 소리를 지르고, 뛰어들지 못한 사람은 절망에 몸부림 칩니다.
이 상황은 결코 은혜스러운 자리가 아닙니다.
위로와 동정의 자리가 갑자기 아귀다툼의 자리로 변하는 것은 바로 4절에 나타난 “천사가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천사의 정체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천사라면, 그 천사가 가끔 내려와 이렇게 간절하게 병 낳기를 바라면서 베데스다 못에 모여있는 불쌍한 사람들을 갑자기 인정사정 없이 다투는 사람들로 만들어 버린 다는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천사 중에 이렇게 불쌍한 사람들의 병든 몸을 미끼로 서로 경쟁하는 상황을 만들고 즐기듯이 바라보는 천사가 있을까요?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천사가 아니라 악마가 더 어울리는 존재입니다.
성서학자들 다수는 그래서 이 4절의 구절은 민간에게 내려오는 당시 미신을 그냥 적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루터파 신학자인 요아힘 예레미아스(Joachim Jeremias, 1900 – 1979)는, 쌍둥이 베데스다 못 중에 남쪽의 못에 대부분의 환자가 모여있었고, 복쪽 못에 물이 다 차면 남쪽 못으로 수문을 개방하여 남쪽으로 물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 때 남쪽 못의 물이 이 흐름으로 인해 움직이게 되는데 이것이 요한복음에서 “물이 움직인다”라고 표현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개역개정 성경을 보면 “[물의 움직임을 기다리니 이는 천사가 가끔 못에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하는데 움직인 후에 먼저 들어가는 자는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게 됨이러라] ” 부분이 괄호로 쳐져있고 아래 주석을 보면 “어떤 사본에는 이 괄호내 구절이 없다”고 되어있습니다.
많은 성서학자들이 베데스다 못의 물을 움직이게 하는 존재가 결코 천사가 될 수 없으며 그렇게 물을 움직이게한 존재가 실재하는 영적존재라면 천사가 아니라 악령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와같은 문제 때문에 오해를 없애기 위해 이 부분을 일부 성경 필사자들이 제거해 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성경 구절을 문자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 배경을 살피고 그 의미가 성경전체를 관통하는 복음과 어울리는 지를 살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으려는 문자주의적, 세대주의적 성경해석이 위험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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