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름다워서 봉인된 찬양곡과 모짜르트>

<너무 아름다워서 봉인된 찬양곡과 모짜르트>

1638년에 만들어진 너무나 아름다운 미사곡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성가곡들이 보통 G까지의 고음을 사용했던 것에 반해 이 곡은 높은 하이-C 음까지를 내면서, 그 고음이 성당의 높은 천정과 벽에 반향되며 퍼져나갈 때, 그 숭고함과 경건함을 극도로 끌어 올리는 놀라운 곡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여성이 성가를 부를 수 없었기 때문에 이 고음의 소프라노 파트를 변성기 이전의 소년이나 카스트라토가 담당했다고 합니다.

이 경건한 미사곡은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워서, 오히려 음악에 집중한 성도들이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노래에 매몰되어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예배를 위하여 교회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이 노래를 듣기 위해 오는 일이 많아지자, 당시 교황이던 우르바노 8세는 이 곡의 연주를 금지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오직 1년중에 수난주간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천정화가 있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만 연주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곡은 바로 교황청 소속 작곡가이자 사제였던 그레고리오 알레그리(Gregorio Allegri, 1582-1652)가 1638년 라틴어곡으로 작곡한 ‘하느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란 뜻의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Miserere Mei, Deus)” 였습니다. (줄여서 ‘미제레레’로도 많이 부릅니다.)
이 곡은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탐했던 다윗이 하나님 앞에 참회하는 시편 51편을 주제로 쓴 참회곡입니다.

 

이 곡은 부활절 전 수난주간의 ‘테네브레(Tenebrae)”라 불리우는 저녁미사 때 불리웠는데, 테네브레 미사는 촛불을 하나씩 꺼나가다가 ‘미제레레’의 합창 속에 마지막 촛불이 꺼지면 교황과 추기경들이 제단 앞에 꿇어 엎드린 채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인간의 죄악과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예식의 미사였습니다.
실제 이 곡을 들으면 예수님의 거룩한 십자가 수난의 묵상 속으로 깊히 잠기게 됨을 경험합니다.

이렇게 수난주간에만 연주되던 ‘미제레레’를 듣기 위해, 괴테를 비롯한 수많은 명사들이 일부러 시스티나 성당의 성금요일 예배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이 곡은 오직 세 부의 악보만 보관하도록 했으며 필사를 철저히 금지하였습니다.

 

1770년 4월11일, 아버지와 함께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 중이던 14세의 모차르트가 수난주간의 ‘테네브레’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시스티나 성당 성가대가 노래하는 ‘미제레레’를 들은 후에 돌아오자마자 외워버린 미제레레를 악보에 옮겼고, 이틀 뒤 성금요일 테네브레 미사에 다시 가서 한번 더 듣고 확인한 다음 악보를 완성해버렸습니다.
9성부로 나뉘고 곡 길이도 15분이나 되는걸 천재인 모짜르트가 전부 외워서 악보를 만들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것이 발각되어 모짜르트는 그만 당시 교황이었던 클레멘스 14세 앞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교황은 모차르트를 불러 실제 채보를 시켜보았는데 어린 모짜르트가 너무도 채보를 잘하자 그의 천재성에 감명을 받고, 오히려 이 재능을 선하게 쓰라며 ‘황금박차 기사단 훈장’을 수여함과 동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봉인하는 것은 옳지않다고 판단하고 곡의 봉인을 해제합니다.

이 곡은 봉인되어 관리되는 바람에 원본악보가 그대로 남아있지 못했고, 지금은 여러가지 버전의 악보가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제레레’를 들으시면서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해보시기 바랍니다.
10분 이상의 곡이지만 5분 정도의 어린 소년들이 고음을 부르는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 합창단’의 미제레레를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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