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먹고 다니냐?>

한국 영화 역사에 남을만한 명대사들이 있습니다.

설경구 주연의 영화 [박하사탕]에 나오는 “나 돌아갈래!”

김래원 주연의 [해바라기]에 나오는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했냐?”

최민식 주연의 [명량]에 나오는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이영애 주연의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너나 잘하세요”

등등, 한국 영화에는 세월이 지나도 자주 회자되는 기억에 오래 남는 명대사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명대사가 “밥은 먹고 다니냐?” 라는 대사인데 아마도 명대사 중에도 손꼽히는 명대사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대사는 주연배우인 송강호의 애드립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대사는 형사인 송강호가 전력을 다해 뒤쫓던 범인과 비 속에서 마딱드렸을 때 범인에게 내 뱉은 대사입니다.(사실 그가 범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만)

 

이 영화대사의 해석은 두 가지로 갈리고 있습니다.

하나는 “너 같은 인간도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경멸찬 대사라는 의견이 있고, “이렇게 밥도못먹고 쫓겨 다니는 네 인생이 스스로 불쌍하지도 않냐?”라는 연민의 대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영화장면을 통해 제가 느낀 감정은 전적으로 후자였습니다.

목을 잡힌채 비맞은 생쥐꼴을 하고 있는 있는 범인의 얼굴을 바라보는 송강호의 얼굴은 경멸감이 아니라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연민의 얼굴로 보였습니다.

 

어쩌면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대사 속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됩니다.

“너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네 성장 과정에는 무슨 문제가 있었던거니?”, “너의 자란 환경이 어땠길래 오늘 너는 이렇게 망가진거니?” 등등 수 많은 질문과 이야기들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서울장로교 신학과 교수였던 김호경 교수가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대사는 예수님의 대사와 마찬가지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회적으로 경멸을 당하는 가난한 자들, 창녀들, 세리들, 불구자들과 항상 식탁에 마주 않았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니? 나와 밥 한끼 하자꾸나.”

예수님은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이러한 식탁으로의 초대를 아끼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삶의 고통 속에서 허덕이면서 살아갈 때 그들에게 연민을 항상 가지고 계시던 예수님은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연민의 심정으로 그들을 대했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동료형사가 범인에게 총을 겨누자 송강호는 손으로 그 총을 그에게서 치웁니다.

이것은 마치 그들을 경멸하는 바리새인들이 “더럽다”, “죄인이다”, 불결하다”라며 총을 겨누는 것을 예수님이 그들과 식탁을 같이 하시면서 온 몸으로 막아내시는 것만 같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는 밥 한 끼가 그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위로이고 희망이었습니다.

더러워진 그들과 밥 한끼 함께 식탁에서 하시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더러움에서 깨끗함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상처입은 심령에서 회복의 심령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밥은 먹고 다니니? 이리와 나와 밥 한끼 하자꾸나.”라는 예수님의 식탁초대는 오늘 저에게도, 우리에게도 동일한 따뜻한 음성의 초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삶의 고통 가운데서 허덕일 때, 불안과 염려 가운데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예수님의 이 따뜻한 음성이 우리를 건져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귀에 들리지는 않을지라도 분명히 그 분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고 믿습니다.

이 음성에 조용히 응답할 때 그 분의 위로와 회복이 우리를 감싸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기쁜소래교회 교우들과, 또 이웃들과 이 같은 초대를 하면서 살아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니?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이리와 나와 밥 한끼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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